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9/aug/09/new-zealand-telco-bans-8chan-as-chief-censor-calls-it-racist-killers-platf...

Gepostet von Daniel Hong am Samstag, 10. August 2019

https://www.theguardian.com/…/new-zealand-telco-bans-8chan-…

0. 오늘은 조금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사건들이고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건들이기에 아직 제대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으나, 이 문제는 기술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언젠가는 다루어야 할 중요한 윤리적 쟁점이기 때문이다.

1. Cloudflare가 서구권 극우 성향 웹사이트인 8chan에 대한 DNS 및 캐싱 서비스 제공을 중지한 데에 이어, 이번에는 뉴질랜드 최대 규모의 통신사인 Spark가 8chan에 대한 자사 고객의 접속을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술적으로는 올해 2월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 내 모든 통신사에 일괄로 적용한 SNI Eavesdropping 방식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현지의 네트워크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며 현지에서 직접 분석해보지는 않았기에 확실하지는 않다.

2. 뉴질랜드에서의 이러한 "인터넷 검열"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EU 등의 국가들은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불법적인 정보에 대한 접속을 공권력을 동원해 직접 차단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표해왔다. 마약류나 유해정보 등으로 문제가 커질 경우, 대부분 WHOIS나 IP Geolocation 등의 정보로 소유자 정보를 쉽게 확인 가능하기에 해당 웹사이트의 서버를 공권력으로 압수하는 방식을 사용해온 것이다. 미국 등 다른 서구권 국가들의 경우 수사기관이 일부 접속을 직접 차단하기는 하지만, 그 절차적 정당성 투명성을 철저하게 유지하면서 오직 "마지막 수단"(last resort)으로만 사용하는 신중함을 보여왔다. 그만큼 "접속 차단조치"가 가지는 의미에 대하여 매우 엄중한 입장을 보여왔다는 뜻도 되겠다.

3. 하지만 최근 들어 극우세력에 의한 인터넷 상 혐오발언과 가짜뉴스 및 유해성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과거 Tor로 대표되는 "다크넷"에만 머물러 있는 경향이 강했으나,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주류" 인터넷 - 즉 "클리어넷" - 에까지 이들 유해정보가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심각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가 페이스북 가계정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고 한국 내에서도 유사한 정치적 논란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데이터"로만 머물지 않았고, 인터넷 극우 커뮤니티의 혐오발언에 선동된 자들이 실제 그 혐오를 행동으로 옮기는 경악스러운 일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4. 특히 최근 발생한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사건과 미국의 텍사스 엘파소 총기 난사사건이 모두 동일한 극우성향 웹사이트 (8chan)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규제당국과 인프라 제공자 (ISP, DNS, CDN 등등) 입장에서는 더 이상 접속규제 조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다. 당장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고가 두 번이나 연달아 터졌는데 거기서 대의를 찾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5. Cloudflare의 조치도 동일한 논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한다. 본래 Cloudflare 측은 망중립성 논리를 내세우며 서비스 중지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나, 분노한 대중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해 불과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바꾸어 서비스 중지를 실행했다. 전체 인터넷 라우팅 인프라의 상당한 부분(약 20%)을 차지하고 있는 Cloudflare가 이러한 조치를 내리자 다른 그 어떤 DNS 사업자도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8chan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었고, 이로서 8chan은 클리어넷에서 사실상 완전히 퇴출되었다.

6. 여론에 휩쓸려 하나의 웹사이트가 완전히 클리어넷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터넷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기에, Cloudflare의 이번 조치는 망중립성과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활동가들의 어마어마한 비판에 직면했다. Cloudflare는 국가기관도 아니고, 그저 웹의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개 민간 기업일 뿐이다. 대체 어떠한 근거로 하나의 (독점적인 지위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내린 결정에 하나의 웹사이트의 접속 여부 자체가 영향을 받아야 하는가? 거기다 그 기업이 국가권력 남용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드는 인프라 중심 기업이라면, 사실상 국가 중심의 검열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다.

7. 물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이해한다. 사상 초유의 테러가 두 번 연속이나 일어난 근원지가 분명하고 이에 대하여 인터넷 인프라 사업자로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충분히 있음에도, 어떻게 도의적으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두느냐는 거지.

8. 하지만 내가 여기에서 논하고 싶은 건 이러한 조치들의 "도덕적 정당성"에 관한 것이 아니다. 철저히 윤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웹사이트들은 절대악의 소굴이며, 당장 박멸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문제는 "절차적 정당성", 즉 거버넌스에 있다.

9. 사이퍼펑크들을 포함한 인터넷 활동가들이 - 그 동기가 윤리적이든, 윤리적이지 않든 관계없이 - 이러한 모든 종류의 "검열"에 일관되게 반대 의사를 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의 거버넌스 체제를 믿을 수 없어서다. 모든 기술은 가치중립적이지만 그 사용자에 따라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다. 월드와이드웹 자체에 명암이 극명하듯, 마찬가지로 접속 통제 기술에도 명암이 극명하다. 대체로 웹에 대한 접속을 통제하는 기술은 (민주적인 거버넌스 체제를 갖춘 국가의 경우에 한정해) 비교적 투명하게 운영되었으나, 그 반대의 경우 독재 정권에서 정부의 뜻에 반하는 정보가 돌아다니는 것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접속 차단을 우회하는 기술 또한 이러한 독재 정권에서 검열을 우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검열이 심하지 않은 경우)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때도 있다. 기술 자체에는 죄가 없고, 문제는 거버넌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10. 물론 완벽한 거버넌스 체제란 존재할 수 없다. 다만 기술을 통해 철저히 차가운 논리로만 거버넌스가 이루어지도록 강제하고, 이를 통해 완전한 투명성을 보장할 수는 있다. 웹의 초기 그 누구도 네트워크를 독점하지 않았던 때에는 이런 일이 가능했다. 각 커뮤니티별로 별도의 규정이 있었고, 이 규정은 (데이터의 무결성이 서버에 의해 보장되었기에) 어느 정도 확실하게 지켜질 수 있었다. 규칙이 싫은 사람은 떨어져나와 다른 커뮤니티로 가면 된다. 기본적으로 자유가 보장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1. 다만 웹의 규모가 커지고 그 사회적인 영향도도 급격히 커지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일정한 규모 이상으로 네트워크를 키우기 위해 웹은 점차 중앙화되었고, 중앙화된 일부 대기업들 중심으로 정책이 결정되게 되었다. 이제 이들 대기업이 운영하는 웹 서비스 없이는 사실상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이 되었고, 따라서 이들의 정책을 반강제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

12. 이러한 거버넌스 모델은 현재로서 지극히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불안정하다. 가령 미국에 포퓰리즘 독재정권이 들어선다면 인터넷 사업자의 대부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뜻에 반하는 글을 올리는 자는 모조리 체포되거나 검열당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미국이 철저한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선 사례를 보건대, 그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인간의 거버넌스란 기본적으로 불확실하며, 감정에 휩쓸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기본 속성이어서다.

13. 따라서 사이퍼펑크를 포함한 사람들이 원하는 바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인간의 불확실성에 휘둘리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암호화와 프라이버시, 그리고 검열저항성의 개념은 모두 이러한 철학에서 출발했다. PGP가 그래서 등장했고, 비트토렌트와 Tor가 그래서 등장했으며, 비트코인과 블록체인도 그래서 등장했다. 프라이버시가 기본 인권 중 하나인 이유도 기본적으로 거버넌스의 불안정성 때문일 거다. 물론 감정적으로 숨기고 싶은 것이 있는 점이 인간의 기본 특성이어서도 있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If you are innocent, you have nothing to hide"라는 논리가 자기주권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먹히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14. 물론 완전히 가치중립적인 것이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기술에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양면이 있기 마련이니까. 또한 비트토렌트와 Tor, 그리고 비트코인 (현재는 DMZ나 MW/Grin 같은 프라이버시 코인들) 같은 것들이 그 "프라이버시"적인 특성 때문에 어두운 일에 많이 사용된다는 것도 잘 안다. 아이폰과 텔레그램 (또는 시그널) 조합이 찜찜한 일에 많이 사용되듯이.

15.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열저항성과 프라이버시가 아직까지 먹히는 유일한 이유는 인간의 불확실성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와 자동화된 거버넌스는 거꾸로 더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다. 어떠한 가치를 절대악으로 정의하고 차단함에 있어서 인간의 불확실성을 거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16. 그러니 "차단 반대"와 "프라이버시" 같은 것들을 "범죄자 옹호" 같은 결과론적 관점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이러한 신뢰의 관점에서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당장의 급한 불을 빠르게 끄는 것이 중요한지, 혹은 장기적인 신뢰 불안정성 문제가 더 중요한지는 개인의 가치관에 달렸다. 다만 어느 한쪽을 더 옹호한다고 해서 독재를 옹호하거나 범죄를 옹호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며, 다른 시각을 가지고 이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음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7. 아울러, 끔찍한 범죄에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