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voice.com Block.one이 오늘 이벤트를 열고 블록체인 기반의 SNS 서비스인 Voice를 발표했다. 코인판에서 몇 달 전부터 일명 "EOS 6월 대형 호재"라 불리던 #B1June...

Gepostet von Daniel Hong am Sonntag, 2. Juni 2019

이 글은 디센터의 Voice 관련 기사에 피쳐링되었습니다.

https://voice.com

Block.one이 오늘 이벤트를 열고 블록체인 기반의 SNS 서비스인 Voice를 발표했다. 코인판에서 몇 달 전부터 일명 "EOS 6월 대형 호재"라 불리던 #B1June 이벤트의 핵심은 블록원 자체 SNS 서비스 발표였던 것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이다.

아직 몇 가지 스크린샷 이외에는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제품으로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판단되나, 솔직히 컨셉 자체만 놓고 보면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은 것 같다. 블록체인/DApp으로서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면서 SNS로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 보인다. SNS라는 시장을 지나치게 얕보고 들어온 게 아닌가 싶다.

블록원에서 내세우는 Voice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개인정보 보호, 두 번째는 실명 인증 기반, 세 번째는 Voice 토큰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보상이다. 문제는 조금 더 따져보면, Voice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이러한 특성들은 실제 SNS라는 범주의 프로덕트에 적용되었을 때 전혀 강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블록체인 애호가가 아닌 일반 사용자를 유인할 장치도 없다. 소셜 네트워크라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서비스로서는, 존립 가능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심각한 문제점들이다.

먼저 개인정보 보호. 이건 "기성적인" SNS 서비스의 틀에서 보자면 분명 강력한 이점인 것은 맞다. 특히나 잇따르는 Facebook의 개인정보 스캔들로 인해 소셜 플랫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다. 다만, "블록체인"이라서 특별히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식의 홍보는 다소 인과관계가 안 맞는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트래커를 설치하거나 콘텐츠를 분석해 광고로 수익을 내지는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도리어 "탈중앙화"나 "블록체인"의 강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앙화된 인프라보다 불리해 보이기까지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만약 Voice가 스팀잇과 동일하게 블록체인 상에서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면 (기술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한다), 이건 도리어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훨씬 불리하다. 잊혀질 권리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내가 올리는 모든 글과 콘텐츠가 블록체인에 영원히 박제된다는 걸 알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적인 글을 마음껏 올릴 수 있는 사용자는 얼마 없을 거다. 페이스북은 내 개인정보를 털어가기는 하지만, 최소한 이미 올린 글들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지우고 회원 탈퇴는 할 수 있게 해 준다. 페이스북의 타겟 광고와 그를 기반으로 한 프라이버시 이데올로기가 그리 와닿지 않는 일상 사용자 입장에서, 올린 글을 지울 수 있는 페이스북과 그럴 수 없는 보이스 중 어느 것이 더 "개인정보 친화적"으로 보일까? 답은 뻔하다. 블록체인이 개인정보 보호의 수단이 아니라, 거꾸로 되돌릴 수 없는 개인정보 침해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거다.

그렇다고 이걸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프라이버시적 특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 정보에 기반하지 않는 공정한 타임라인 알고리즘? 개인 정보 없이 어떻게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이기려 하는지 모르겠다. 광고에 기반하지 않는 수입모델? 글쎄, 이 정도 가지고 일반적인 사용자가 체감할 만한 변화가 있을지는.

한 술 더 떠서, 두 번째 강점으로 내세우는 포인트는 바로 이러한 "프라이버시적" 접근과 정확히 배치되는 사항이다. 바로 "실명 인증 기반" 정책이다. 블록원에 따르면, 보이스는 "가계정이 판을 치지 않도록" 회원가입 시 한 사람당 하나의 계정만 가질 수 있는 엄격한 개인 인증 절차를 거치게 할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크게 두 가지다. "탈중앙화된" 환경에서 개인 인증을 위한 정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와, 이로 인한 서비스 진입장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다.

블록원이 밝힌 대로 정말 "1인 1계정"을 위한 인증 절차가 존재한다면,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정부가 발급하는 신분증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법적 신분증을 동반하지 않고서는 언제든지 가계정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그런데 대체 그 인증 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건가? DID를 쓴다고 해도, 그 ID가 의존하는 개인 정보는 누군가가 관리하고 있어야 한다. 그 정보를 블록원이 직접 관리한다면 그건 더 이상 "탈중앙화 앱" (DApp)이 아니다. 명백히 정보를 관리하는 주체가 있는데 어떻게 그게 탈중앙화인가. 거기다 개인 정보 침해로 까이는 페이스북도 가입을 위해 이런 식으로 대놓고 신상정보를 수집하지는 않는다. 인증 정보가 유출되기라도 한다면? 그 때는 누가 책임질 건가?

거기다가, 대놓고 가입 시 이러한 인증 절차를 요구하면 거기서 떠나갈 사람이 과반수 이상일 거다. 사용자 유인을 위해서 UX적으로 가입 배리어를 어떻게든 줄여도 모자랄 판에 허들을 더 놓아버리는 꼴이다. 그렇다고 보이스라는 서비스가 사용자로 하여금 그 허들을 넘도록 유인할 정도로 매력적인 서비스도 아니다. 진입 배리어를 최소화하는 게 UX 디자인의 기본 공식 아니었나? 아마 가계정을 통한 가짜뉴스와 선동을 막으려는 조치인 듯 싶으나, 그걸 막고 싶다면 개인정보 보호부터 신경쓰는 게 우선 아닐지.

마지막으로 토큰 기반의 콘텐츠 보상. 스팀잇의 그 모델을 그대로 소셜 네트워크에 가져왔다. 좋아요 수에 따라 보이스 토큰이라는 자체 토큰이 발행되어 지급되는 방식. 뭐 이것도 독특하다면 독특한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 대놓고 "콘텐츠" 위주였던 스팀잇도 사실상 실패한 마당에 똑같은 모델을 SNS에 가져오는 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사실상 보이스 토큰 기반의 토큰 이코노미가 보이스의 핵심인 듯 하나, 이게 대체 별풍선하고 다를 게 뭔지도 이해가 잘 안 간다. 토큰 찍어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기 시작하면 결국 초반 진입자가 후발주자들을 빨아먹는 구조가 된다는 사실은 이미 스팀잇의 실패를 통해 입증된 바가 있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면에서 완벽히 실패한 듯하다. 블록체인의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토큰 이코노미를 제대로 짜지도, 그렇다고 SNS로서 자체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처럼 힙한 트렌드를 이끌 만한 서비스도 아니다. 거기다 플랫폼으로서 생태계 육성을 위한 방안이라고는 무에서 유를 찍어내는 토큰이코노미 하나밖에 없다. 플랫폼이나 생태계 구성과 유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도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사용자 유인과 진입, 그리고 지속적인 사용과 네트워크 효과를 구성하는 게 플랫폼 비즈니스의 기본인데 그런 것도 전혀 없다. 주류 업계와 동떨어진 블록체인만 하던 사람들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지만, 동시에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라는 곳이 이 모양이니 (...) 답이 안 보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평소에 블록체인 쪽에서 개인적으로 항상 강조하는 점이, 바로 "이데올로기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항상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모든 서비스의 성공 공식이나, 유독 블록체인에서만 이게 먹히지 않는다. 고정 얼리어댑터나 코인 투자자의 환심만 사면 다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 소비자층으로 확장할 생각을 안 한다.

그 이유야 뻔하다. 절박하게 사용자 입장에서 고민하지 않아도 토큰을 통해 돈이 벌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 의미 없는 "탈중앙화" 이데올로기에 빠지기 쉽다. 그 블록체인과 탈중앙화를 실제로 어떻게 사용자 입장에서의 편의성과 강점으로 가져올 수 있을지 절실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드물다. UI 측면에서의 몇 가지 허들을 없애는 게 UX 디자인이 아니다. 메타마스크 같은 플러그인을 제거하고, 토큰에 대한 접근장벽을 없애고, 예쁜 아이콘들을 집어넣어도, 탈중앙화된 플랫폼이 가진 장점을 녹여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장점들을 종합적인 고민을 통해 사용자 친화적으로 녹여내는 것이 진정한 UX 디자인이다.

기술 연구개발 단계부터 어떻게 하면 사용자에게 가장 편리하도록 기술 스택을 구성할 수 있을지 절실하게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이데올로기와 얼리어답터 팬덤에 편승해 손쉽게 가려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빠진다. 제발 How가 아니라 Why에서 시작하자. 우리는 아직 Why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니까.